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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홋카이도의 중심 도시인 삿포로는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삿포로 하면 눈축제와 맥주, 라멘 등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떠오르지만, 그 이면에는 근대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축물이 존재합니다. 그 대표적인 두 곳이 바로 '삿포로 시계탑'과 '구 홋카이도 도청사'입니다. 이 두 장소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본 근대화 시기의 흐름과 홋카이도 개척의 흔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공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삿포로 여행 중 실제로 방문한 시계탑과 구 도청사에 대한 생생한 체험기와 함께, 그 문화적, 건축학적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해 보겠습니다.
삿포로 시계탑,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역사적 상징
삿포로 시계탑(札幌時計台, Sapporo Clock Tower)은 일본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서양식 목조 시계탑으로, 1878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본래는 삿포로 농학교의 연무장(실습용 강당)으로 사용되었으며, 당시 미국식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던 홋카이도의 근대화 상징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삿포로 농학교는 현재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으로, 그 자체로도 일본 개척의 역사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시계탑 외관은 흰색 목조 건물에 초록색 지붕이 얹힌 단아한 형태로, 고풍스러움과 함께 서양식 건축 요소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외벽에는 미국에서 수입한 기계식 시계가 설치되어 있으며, 14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하루도 빠짐없이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삿포로 시민들에게는 단순한 시계가 아닌, 도시의 역사와 함께 걸어온 시간 그 자체로 여겨집니다.
시계탑 내부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입장료는 200엔으로 매우 저렴한 편입니다. 내부에 들어서면, 당시 사용되었던 교실의 구조, 교육 자료, 시계 메커니즘, 그리고 삿포로 농학교의 설립 배경에 대한 설명 패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실제 작동 중인 시계 장치와 그 정교함은 기술적으로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해설 자료는 영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어로 제공되어 외국인 관광객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은, 단순히 건물을 보기 위해 온 방문객들이 아닌, 이 시계탑이 상징하는 ‘시간’과 ‘변화’에 대해 생각하며 관람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매 정각 시계탑 위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단순한 알림을 넘어, 근대 일본의 발전과 더불어 이 도시가 걸어온 여정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건물의 보존 상태도 매우 우수하며, 주변에 조성된 작은 정원과 벤치, 안내 표지판 등이 잘 갖춰져 있어 짧은 시간이지만 의미 있는 탐방이 가능했습니다.
시계탑은 삿포로 시내 중심, 오도리 공원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삿포로역에서 천천히 도보로 이동해도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관광 동선에 자연스럽게 포함시킬 수 있는 명소입니다. 인근에는 삿포로 맥주 박물관, 오도리 공원, TV 타워 등 다른 명소들과 함께 묶어 반나절 도보 투어 코스로 구성하기 좋습니다.
구 홋카이도 도청사, 붉은 벽돌 속에 숨겨진 개척의 역사
시계탑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구 홋카이도 도청사(北海道庁旧本庁舎)'는 그 외관만으로도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는 건축물입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웅장한 건물은 1888년에 완공되었으며, 당시 일본 정부가 홋카이도의 개발과 개척을 총괄하기 위해 설치한 ‘개척사(開拓使)’의 중심 행정 건물이었습니다. 현재는 복원되어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되고 있으며, 홋카이도의 개척사와 지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미국의 ‘네오 바로크 양식’을 모티브로 하여 지어진 것으로, 중앙에 돔이 올라간 전통 서양식 건축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붉은 벽돌의 깊이감과 대칭적인 창문 구조, 돌출된 입구와 계단 등은 당시 일본이 서양 문물을 어떻게 흡수하고 건축 양식에 적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건물 정면에는 넓은 잔디밭과 꽃길이 펼쳐져 있으며, 계절마다 꽃이 바뀌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건물 내부는 1층부터 3층까지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며, 홋카이도의 개척사, 원주민 아이누 문화, 행정 기록, 당시 사용된 공문서 및 물품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2층의 회의실은 원형 그대로 복원되어 있어 당시 관료들이 실제로 사용하던 공간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내부 구조는 매우 세련되며, 나무 계단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석탄난로 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역사적 현장감을 높여 줍니다.
이곳의 매력은 외관과 전시뿐 아니라, 건물 전체가 무료로 개방된다는 점입니다.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부담 없이 관람이 가능하며, 삿포로 시민들 역시 산책이나 데이트 장소로 자주 방문합니다. 또한, 외국인을 위한 오디오 가이드도 대여 가능하며, 일부 시간대에는 자원봉사 가이드의 무료 해설도 들을 수 있습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하나의 ‘살아 있는 역사 공간’으로 기능하는 이 장소는, 홋카이도의 문화적 정체성과 현대적 가치까지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자원입니다.
특히 건물 뒤편 정원은 사계절 내내 풍경이 아름다우며,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덮인 고풍스러운 전경이 연출됩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는 포토 스팟으로도 유명하며, SNS에서 ‘삿포로 레드 브릭 오피스’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양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삿포로의 역사와 자연, 건축미를 동시에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코스라 할 수 있습니다.
도심 속 역사 여행, 시계탑과 도청사를 함께 걷다
삿포로 여행은 자연과 도시가 균형을 이루는 경험입니다. 그중에서도 시계탑과 도청사는 짧은 시간 안에 삿포로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강력한 역사 콘텐츠입니다. 두 건물은 모두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동선 구성도 매우 효율적이며, 날씨가 좋을 때에는 도보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가장 추천하는 코스는 삿포로역에서 출발하여 시계탑 → 구 도청사 → 오도리 공원 → 삿포로 TV 타워로 이어지는 루트입니다. 이 루트는 반나절이면 충분히 소화 가능하며, 역사 탐방과 더불어 자연 풍경, 도심 체험까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도중에 현지의 유명 베이커리나 카페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면 더욱 알찬 일정이 완성됩니다.
또한, 삿포로 시에서는 정기적으로 시계탑과 도청사 관련 역사 해설 프로그램이나 문화 행사도 운영하고 있으니, 일정이 맞는다면 사전 신청 후 참여해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일본어가 익숙하지 않아도 영어·한국어 지원이 가능한 자료가 많아 큰 불편 없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두 건물 모두 근대 일본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며, 그 안에는 홋카이도의 개척 정신, 교육 개혁, 행정 시스템 발전 등 다양한 시대적 흐름이 녹아 있습니다. 단순한 옛 건물이 아닌, 일본이라는 나라가 서양과 마주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를 보여주는 '산 증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삿포로의 랜드마크이자 감성 사진 명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SNS나 블로그를 통해 인증샷을 남기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고풍스러운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여행의 기록이 됩니다.
삿포로 시계탑과 구 홋카이도 도청사는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자, 홋카이도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입니다. 두 건물은 오랜 시간 동안 삿포로 시민들의 일상과 함께하며, 지금까지도 그 의미를 잃지 않고 유지되고 있습니다. 짧은 여행 중에도 깊은 감동과 사색을 안겨주는 이 명소들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문화적 가치와 교육적 의미까지 담고 있습니다. 삿포로를 여행하는 누구라도 반드시 한 번은 방문해 봐야 할 장소이며, 그 안에서 '진짜 일본'의 역사를 마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