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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일본 '후쿠오카' 하카타 마츠리 집중탐구, 야마카사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 위치별로 다른 야마카사의 현장, 현장 체험기
shurin44 2025. 9. 13. 03:18목차
후쿠오카의 여름은 단순히 무더운 계절이 아닙니다. 이 도시는 7월이 되면 지역 주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제에 참여하며 활기를 띱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博多祇園山笠)’가 있습니다. 77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이 마츠리는 단순한 관광 행사를 넘어, 지역 공동체와 전통 문화를 이어가는 상징적인 이벤트입니다. 매년 7월 1일부터 15일까지 약 2주간 이어지는 야마카사는 후쿠오카에서 가장 유명하고 규모 있는 축제로, 하카타 지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무대가 됩니다. 본 글에서는 야마카사의 역사와 의미, 위치별 행사 특징, 그리고 현장에서 느낀 생생한 체험기를 중심으로 후쿠오카 마츠리의 진면목을 집중탐구해 보겠습니다.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는 13세기경, 하카타 지역에 전염병이 퍼졌을 때 승려가 시가지를 돌며 물을 뿌려 질병을 진정시켰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전통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의 자부심과 함께 계승되며, 현재는 일본 중요 무형 민속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높은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이 마츠리는 단순한 볼거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지역 남성들이 중심이 되어 세대를 넘어 전통을 전수받고 유지해온 ‘삶 속의 축제’입니다.
야마카사에는 크게 두 종류의 수레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카키야마(舁き山)’라 불리는 실제로 사람이 짊어지고 달리는 수레이며, 다른 하나는 ‘카자리야마(飾り山)’라고 불리는 장식 전용 수레입니다. 카자리야마는 높이 10미터가 넘는 웅장한 구조물로, 후쿠오카 시내 곳곳에 전시되며 관광객들에게 개방됩니다. 반면, 카키야마는 실제 경주에서 사용되는 이동형 수레로, 남성 참가자들이 이를 어깨에 메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이 축제의 특징 중 하나는 ‘하카타 기온 바나레(博多祇園ばなれ)’라는 말이 있을 만큼, 행사에 참가한 남성들은 한 달 전부터 술을 삼가고 몸을 단련하며 축제를 준비합니다. 참여자는 '미즈하ッ피(水法被)'라 불리는 얇은 천 의상을 입고, 하카타 전통 하카마를 허리에 두르며, 짚신을 신고 맨발로 거리를 달립니다. 이러한 복장은 전통성을 지키는 동시에, 일본 남성의 정신과 의지를 상징하는 요소로 받아들여집니다.
야마카사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수백 년 간 지속되어 온 지역 공동체의 유대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문화의 결정체입니다. 일본의 마츠리 중에서도 남성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장 강하게 표현되는 행사로 평가받으며, 매년 수십만 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카타 7개 구역, 위치별로 다른 야마카사의 현장
야마카사는 하카타 지역을 7개 구역(나가레, 流)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각각의 ‘나가레’는 고유의 카키야마와 전통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쟁과 협력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7개의 나가레는 히가시나가레(東流), 나카나가레(中流), 니시나가레(西流), 가미나가레(上流), 시모나가레(下流), 도이리나가레(土居流), 덴진나가레(天神流)로 나뉘며, 각 구역마다 수레의 디자인, 의상 디테일, 응원 구호 등이 조금씩 다릅니다.
이 구역들은 7월 초부터 순차적으로 카자리야마 설치와 지역 퍼레이드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축제 분위기를 띠게 됩니다. 특히 7월 10일에 열리는 ‘오이야마나라시(追い山ならし)’는 실제 본경주의 리허설 격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행사 중 하나입니다. 각 나가레의 대표 수레가 하카타 중심지의 정해진 루트를 전속력으로 달리며,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지역 주민과 관람객이 환호와 박수로 거리를 가득 메웁니다.
축제의 절정은 7월 15일 새벽 4시 59분에 시작되는 ‘오이야마(追い山)’입니다. 이 시간에 맞춰 첫 수레가 출발하며, 새벽 어둠 속을 가르며 질주하는 수레의 모습은 말 그대로 압권입니다. 이때는 각 나가레의 실력이 진검 승부로 겨뤄지며, 참가자들은 명예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립니다. 수레가 골목을 꺾을 때마다 구호를 외치며 서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강한 연대감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위치에 따라 관람 포인트도 다릅니다. 덴진 쪽에서는 상업지구를 관통하는 행렬을 볼 수 있고, 가미나가레나 시모나가레는 전통적인 거리와 옛 건물 사이를 달리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현장 감동을 직접 느끼고 싶다면 새벽 시간에 맞춰 중심 거리로 나가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단, 매우 이른 시간인 만큼 숙소 위치와 교통편을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 체험기 – 전통과 열기가 공존하는 마츠리의 실제
필자는 7월 중순 하카타에서 직접 야마카사를 체험하였습니다. 축제 전날 밤, 거리에는 이미 긴장과 흥분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각 나가레마다 참가자들이 집결하여 마지막 점검을 하며, 마을 사람들도 함께 준비를 도왔습니다. 그리고 새벽, 아직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수레의 나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카키야마를 짊어진 남성들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환호가 터졌습니다.
참가자들은 땀과 물에 젖은 미즈하피 복장을 입고, 벨트를 꽉 조인 채 진지한 표정으로 준비에 임했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단순한 축제를 넘어선 강한 결속력과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습니다. 길 양옆에는 이미 수많은 관람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많은 이들이 작은 일본 국기나 응원 깃발을 들고 참가자들을 응원했습니다.
수레가 출발하는 순간, 주변은 함성과 함께 진동했습니다. 참가자들이 “오이사!”라는 구호를 외치며 달리기 시작했고, 1톤이 넘는 수레가 좁은 골목을 질주하는 장면은 상상 이상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무거운 수레를 메고 돌진하면서도 서로의 박자에 맞춰 움직이고, 구호를 끊임없이 외치는 모습은 단순한 행진이 아닌 하나의 의식 같았습니다.
축제 이후에는 근처 상점가와 음식점들도 활기를 띱니다. 마츠리 한정 메뉴를 제공하는 음식점도 많고, 거리 곳곳에서 전통 놀이나 먹거리 이벤트가 열립니다. 특히 하카타 라멘, 야키토리, 일본식 얼음 빙수인 ‘카키고오리’ 등을 맛볼 수 있어 축제의 여운을 음식으로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 또한 이 축제의 매력 중 하나입니다.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일본 지역문화와 전통, 공동체의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단 한 번의 관람만으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감동을 선사하며, 후쿠오카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후쿠오카의 여름은 야마카사 없이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천 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이 전통 축제는 일본 마츠리의 정수라 할 수 있으며, 여행자에게는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합니다. 만약 여름에 후쿠오카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를 일정에 꼭 포함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통과 열기, 사람들의 에너지가 어우러진 현장에서, 진짜 ‘살아있는 일본’을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